- 유랑인 지역, 아마레(Amare) 언덕.




'레나~ 레나~!'

언덕 아래에서 레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엔느는 양손 가득 짐을 챙긴 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거봐거봐. 내가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언덕 위로 거의 다 올라왔을 때 쯤..
엔느는 바쁘게 뛰어왔는지 한참을 숨을 고르다,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

아직도 삐친게 다 가시지 않았는지,
레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한가로이 흘러가고 있는 강가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뭐야.. 난 레나를 기쁘게 해줄려고,
케이트한테 매달리다시피 해서 알아낸건데.
쳇~. 내 맘은 하나도 몰라주고..'

엔느는 조금 기운이 빠지는 모양인지,
들고 있던 가방과 막대기를 내려놓고, 레나옆에 털썩 앉아버렸다.



'정말.. 놀리려고 한거 아니란 말야!!'

'엔느..'

그제서야 레나가 말을 꺼냈다.



'응..??'

변명을 하려고 말을 꺼내던 엔느는 살짝 놀라며,
레나를 쳐다봤다.



'이 강은 이름이 뭐야..?'

'글쎄... 나도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냥, 저쪽으로 계속 가면 아란치아 강하고 이어진다고는 들은 것 같은데.'

엔느는 왼손을 뻗어 강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그건 왜..??'

'너무 이뻐서..
난 여기에서 이렇게 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는 것 같아.
밤에는 이곳만큼, 별이 이쁘게 보이는 곳도 없구..

그래서 난 여기가 참 좋아..'

삐친줄만 알았던 레나의 말에,
엔느는 다시금 강을 바라보았다.



하긴..
레나의 말처럼, 이곳..

조그마한 언덕에서 바라본 강의 모습은
너무도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긴 했다.

언덕 맞은편엔 따스한 꽃들이 만발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뻗어있는 작은 강은
언덕에서 보면 길이 닿는곳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것만 같았다.

레나의 말처럼,
밤이면 손에 잡힐 듯 깨알같은 별빛들이
강에 내려 앉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대로 강에 몸을 실은 채,
어디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근데.. 여기가 강이라고 부를 수나 있나..
그냥 조금 큰 개울가 정도지 뭐..'

'그런가..
어때. 뭐.. 우리가 강이라 부르면 강인거지..
난 그냥 그렇게 부르고 싶어.'

엔느는 레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오늘처럼 이런,
레나의 옆모습을 바라볼때면
엔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를
느끼곤 했다.



'레나..'

'응..??'

'네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지났지..?'

그러고보니.
레나가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케이트가 이곳에 데려왔을 때.
레나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꼬마에 불과했다.



레이알(Reial) 제국과 루씨르(Lucir) 제국의
전쟁이 세상을 덮던 날,

레이알의 전사였던 아빠와 엄마의 죽음을 본 레나는
울먹일 겨를도 없이,
어딘가를 향해 뛰고 또 뛰었을 뿐이었다.



-
'레나야.. 강을 향해 무조건 뛰렴..
그곳에 가면 작은 동굴이 있을거야.

꼭.. 숨어 있어야만 해.
너..너라도.. 꼭 살아야 해.. 알았지..??'

'엄..엄마..!! 엄마..!!'

'어서... 어서 뛰어..!! (레나야.. 어서.. 사랑..한다..)'
-

레나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그게 다였다.

그날, 아란치아 강에 들렀던 케이트가
레나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그렇게 데려온 레나였지만,
두 제국을 모두 거부하고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
레나는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이 소녀로 인해,
루씨르 제국에게 보복을 당할거라 했지만
수장이었던 케이트는 끝내..

레나를 받아들였다.



레나를 감싸준 것은 엔느였다.

엔느 역시,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많이 외로워했던지라.
엔느에게 레나는 오히려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엔느에게 있어서 레나는
예쁜 동생임과 동시에,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를 공유할 수 있는
동지와도 같았다.

사실, 바로 그것이
케이트가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나를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했다.



'음... 2년쯤 된 것 같아.
그러고보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점점 작아지던 목소리..
희미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시던 엄마.

-
'레나야.. 어서.. 사랑..한다..'
-

그리고 잠시 뒤돌아 봤을 때,
바닥에 누운 채로
눈물 맺히던 엄마의 얼굴..



그때를 생각하는지,
레나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레나야.. 그때 내가 한 말 기억나..??'

엔느는 눈물을 훔치는 레나를 못본척 했다.



'응..?? 어..어떤말..?'

'넌 내가 꼭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
나!! 꼭 그렇게 할거야.!!
내가 오빠하기로 했으니깐, 그 정도쯤이야..'

레나는 엔느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자기가 있으니 걱정은 하지도 말라는 듯,
엔느는 알통을 보여주는 시늉..
곰이라도 잡을 듯한 행동을 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레나의 눈에는 눈물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지만,
입가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롱 아닌 재롱을 떠는 엔느를 보며
엔느를 만난 것이 너무 큰 힘이 된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낚시는 언제할거야!
나 고기 잡아준다고 해놓구선~.
배고프단 말야~!!'

'아~!! 가야지 가야지. 히히.
그만 내려가자.'

'응~'

엔느는 다시 미소를 보이는 레나를 보며
그애가 이렇게 웃을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 그러면 되겠다.!'

'뭐..??'

막대기와 가방을 챙기던 엔느의 말에
레나가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말야.. 여기.
여기를 아마레 언덕이라 부르면 어떨까..?'

'아마레 언덕..??'

'응..'

'아마레 언덕이라.. 이쁘긴 한데..
무슨 뜻이야..??'

'사랑이 넘치는 바다.라는 뜻이지.
전에 케이트가 알려준 말인데.
이왕 부르는 거.. 강보단 바다.. 어때? 좋지..?'

'응.. 그거 좋다. 이쁘네..
그러니깐, 여기는 아마레 언덕이구, 저긴.. 아마레 강이구.
그럼 되겠다...'

'응..!! 그거야..!!
이봐이봐.. 역시 난 머리가 좋은 거 같아~'

'으이그.. 또 시작하셨어. 나 배고파!!!'

'아.. 알았어.. 내려간다구.. 치..'

어느덧 둘은 손을 잡고선 언덕을 미끌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절벽처럼 가파른 것은 아니었지만,
둘이 손을 잡고 짐까지 챙긴지라
엔느의 엉덩이엔 이따금씩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레나를 잡고 내려오느라,
비틀대고 힘들어 보이는 엔느.

아는지 모르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엔느는 언덕을 내려갔고,
그걸 바라보는 레나의 마음은 뿌듯하기만 했다.



그때쯤..
아마레 언덕과 강에는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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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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