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랑인 지역, 아마레(Amare) 언덕 근처.
'젠장..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네.'
한참을 걸은 듯한 전사복장의 소년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아니.. 분명 이 근처일텐데..
대체 얼마나 더 가야하는거야!!'
소년은 입을 삐뚤어보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소년이 펼쳐보인 것은 지도였다.
엘르노 대륙의 전체지도인 듯.. 했다.
'보자...
카마리나가 여기였으니까..
맞잖아!! 이만큼 걸어왔으면..!!
근데 대체 왜 안보이냐고~!!'
손가락으로 지도를 쭉~ 훑던 소년은
연거푸 투덜거렸다.
'거참.. 유랑민들이라는 것들은 대체 다 어디 숨어있는거야.
뭐 하나 맘에 드는게 없어..!'
소년은 많이 지친듯 했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거의 반나절은 마을을 찾아 걷고 또 걸었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배가 고플데로 고플만도 했다.
'아까 그 렛서 녀석이라도 잡아 먹을 걸 그랬나.
이러다간 굶어죽을지도 몰라..'
소년은 또 투덜거렸다.
'lunaris'에 해당되는 글 6건
- 2008/05/19 루나리스(Lunaris) - Vol. 5
- 2007/12/10 루나리스(Lunaris) - vol. 4
- 2007/08/28 루나리스(Lunaris) - Vol. 3
- 2007/08/28 루나리스(Lunaris) - Vol. 2
- 2007/08/28 루나리스(Lunaris) - Vol. 1
- 2007/08/28 루나리스(Lunaris) - Vol. 0
- 유랑인 지역, 아마레(Amare) 언덕.
'레나~ 레나~!'
언덕 아래에서 레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엔느는 양손 가득 짐을 챙긴 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거봐거봐. 내가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언덕 위로 거의 다 올라왔을 때 쯤..
엔느는 바쁘게 뛰어왔는지 한참을 숨을 고르다,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
아직도 삐친게 다 가시지 않았는지,
레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한가로이 흘러가고 있는 강가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뭐야.. 난 레나를 기쁘게 해줄려고,
케이트한테 매달리다시피 해서 알아낸건데.
쳇~. 내 맘은 하나도 몰라주고..'
엔느는 조금 기운이 빠지는 모양인지,
들고 있던 가방과 막대기를 내려놓고, 레나옆에 털썩 앉아버렸다.
'정말.. 놀리려고 한거 아니란 말야!!'
'엔느..'
그제서야 레나가 말을 꺼냈다.
'응..??'
변명을 하려고 말을 꺼내던 엔느는 살짝 놀라며,
레나를 쳐다봤다.
'이 강은 이름이 뭐야..?'
'글쎄... 나도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냥, 저쪽으로 계속 가면 아란치아 강하고 이어진다고는 들은 것 같은데.'
엔느는 왼손을 뻗어 강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그건 왜..??'
'너무 이뻐서..
난 여기에서 이렇게 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는 것 같아.
밤에는 이곳만큼, 별이 이쁘게 보이는 곳도 없구..
그래서 난 여기가 참 좋아..'
삐친줄만 알았던 레나의 말에,
엔느는 다시금 강을 바라보았다.
하긴..
레나의 말처럼, 이곳..
조그마한 언덕에서 바라본 강의 모습은
너무도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긴 했다.
언덕 맞은편엔 따스한 꽃들이 만발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뻗어있는 작은 강은
언덕에서 보면 길이 닿는곳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것만 같았다.
레나의 말처럼,
밤이면 손에 잡힐 듯 깨알같은 별빛들이
강에 내려 앉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대로 강에 몸을 실은 채,
어디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근데.. 여기가 강이라고 부를 수나 있나..
그냥 조금 큰 개울가 정도지 뭐..'
'그런가..
어때. 뭐.. 우리가 강이라 부르면 강인거지..
난 그냥 그렇게 부르고 싶어.'
엔느는 레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오늘처럼 이런,
레나의 옆모습을 바라볼때면
엔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를
느끼곤 했다.
'레나..'
'응..??'
'네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지났지..?'
그러고보니.
레나가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케이트가 이곳에 데려왔을 때.
레나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꼬마에 불과했다.
레이알(Reial) 제국과 루씨르(Lucir) 제국의
전쟁이 세상을 덮던 날,
레이알의 전사였던 아빠와 엄마의 죽음을 본 레나는
울먹일 겨를도 없이,
어딘가를 향해 뛰고 또 뛰었을 뿐이었다.
-
'레나야.. 강을 향해 무조건 뛰렴..
그곳에 가면 작은 동굴이 있을거야.
꼭.. 숨어 있어야만 해.
너..너라도.. 꼭 살아야 해.. 알았지..??'
'엄..엄마..!! 엄마..!!'
'어서... 어서 뛰어..!! (레나야.. 어서.. 사랑..한다..)'
-
레나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그게 다였다.
그날, 아란치아 강에 들렀던 케이트가
레나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그렇게 데려온 레나였지만,
두 제국을 모두 거부하고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
레나는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이 소녀로 인해,
루씨르 제국에게 보복을 당할거라 했지만
수장이었던 케이트는 끝내..
레나를 받아들였다.
레나를 감싸준 것은 엔느였다.
엔느 역시,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많이 외로워했던지라.
엔느에게 레나는 오히려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엔느에게 있어서 레나는
예쁜 동생임과 동시에,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를 공유할 수 있는
동지와도 같았다.
사실, 바로 그것이
케이트가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나를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했다.
'음... 2년쯤 된 것 같아.
그러고보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점점 작아지던 목소리..
희미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시던 엄마.
-
'레나야.. 어서.. 사랑..한다..'
-
그리고 잠시 뒤돌아 봤을 때,
바닥에 누운 채로
눈물 맺히던 엄마의 얼굴..
그때를 생각하는지,
레나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레나야.. 그때 내가 한 말 기억나..??'
엔느는 눈물을 훔치는 레나를 못본척 했다.
'응..?? 어..어떤말..?'
'넌 내가 꼭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
나!! 꼭 그렇게 할거야.!!
내가 오빠하기로 했으니깐, 그 정도쯤이야..'
레나는 엔느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자기가 있으니 걱정은 하지도 말라는 듯,
엔느는 알통을 보여주는 시늉..
곰이라도 잡을 듯한 행동을 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레나의 눈에는 눈물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지만,
입가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롱 아닌 재롱을 떠는 엔느를 보며
엔느를 만난 것이 너무 큰 힘이 된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낚시는 언제할거야!
나 고기 잡아준다고 해놓구선~.
배고프단 말야~!!'
'아~!! 가야지 가야지. 히히.
그만 내려가자.'
'응~'
엔느는 다시 미소를 보이는 레나를 보며
그애가 이렇게 웃을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 그러면 되겠다.!'
'뭐..??'
막대기와 가방을 챙기던 엔느의 말에
레나가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말야.. 여기.
여기를 아마레 언덕이라 부르면 어떨까..?'
'아마레 언덕..??'
'응..'
'아마레 언덕이라.. 이쁘긴 한데..
무슨 뜻이야..??'
'사랑이 넘치는 바다.라는 뜻이지.
전에 케이트가 알려준 말인데.
이왕 부르는 거.. 강보단 바다.. 어때? 좋지..?'
'응.. 그거 좋다. 이쁘네..
그러니깐, 여기는 아마레 언덕이구, 저긴.. 아마레 강이구.
그럼 되겠다...'
'응..!! 그거야..!!
이봐이봐.. 역시 난 머리가 좋은 거 같아~'
'으이그.. 또 시작하셨어. 나 배고파!!!'
'아.. 알았어.. 내려간다구.. 치..'
어느덧 둘은 손을 잡고선 언덕을 미끌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절벽처럼 가파른 것은 아니었지만,
둘이 손을 잡고 짐까지 챙긴지라
엔느의 엉덩이엔 이따금씩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레나를 잡고 내려오느라,
비틀대고 힘들어 보이는 엔느.
아는지 모르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엔느는 언덕을 내려갔고,
그걸 바라보는 레나의 마음은 뿌듯하기만 했다.
그때쯤..
아마레 언덕과 강에는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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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르노 대륙, 카마리나 지역. (대륙 동남부)
'휴~. 여기서부터가 카마리나구나.'
은색톤의 전사 복장을 한 소년은
뗏목을 강가에 다다르자,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비록 나이는 10대 후반쯤으로 보였지만,
얼굴에 담긴 미소엔 반항기가 담겨있었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헝크러져 있는 머리는
며칠은 감지 않은 것쯤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얼핏 보면, 궁수인 듯한 뒤춤에 달려 있는 칼집하며,
제국의 상류계층이나 입을 듯한 복장.
그리고 가슴에 새겨진 포효하는 백호 문양은
어디서 굴러먹던 건달쯤..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으~챠~!!'
-풍덩..-
강가에 뗏목을 붙인 소년은
노를 던지고는 힘껏 뛰었다.
그러나 발을 너무도 구른 탓에 뗏목이 밀려나버렸고,
결국 강턱에 닿지 못하고 발을 담그고 말았다.
'에이, 뭐야.. 다 젖었잖아!
하필, 이럴때 옷에 물을 묻히다니..'
처벅처벅 뭍으로 올라간 소년은
젖은 몸을 말리려는 건지,
기분이 내키지 않았는지..
커다란 와브나무 밑에 앉아버렸다.
'이게 와브나무인가..'
소년이 본 와브나무는 카마리나 지역에 습성하는
렛서 팬더들이 좋아하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였다.
마치 사과인 듯 오렌지인듯,
동그랗게 생긴 열매의 빛깔은 유채꽃의 그것과 유사했고
요정의 숲에서나 본 것과 같은 넓은 잎은
그것만으로도 신기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게 와브열매라는 거군.
그놈의 요괴 녀석들하고 한판 하느라, 마침.. 출출했는데 잘 됐는걸..?'
소년은 잠시 일어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나무를 발로 차고선 반동으로 열매를 따버렸다.
-와그작~와그작~..-
'뭐.. 먹을만 한데? 나쁘진 않아.
근데.. 이런 열매따위 먹으면 힘이 난다는 소문들은 어디서 난거지?
쓸데없는 유목민들의 헛소리쯤인가...'
혼자서 중얼대던 소년은 순간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떼구르르르~-
어느샌가 먹고 있던 열매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소년은 마치 당장이라도 싸울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뒤춤으로 가져가더니,
칼을 넌지시 잡았다.
그때.!!
숲속에서 수풀이 움찔움찔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소년은 움직임이 느껴진 방향을 주시하며,
잡고 있던 칼을 더욱 움켜쥐었다.
'렛서인가..'
-처벅~처벅~-
잠시 움직임을 보이던 곳은 다시 잠잠해져 갔고,
소리도 조용해져 갔다.
'휴우..'
잠시 한숨을 내쉰 소년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선 메고 있던 가방을 추스리며,
어깨위로 다시 올렸다.
'어서 움직여야겠군.
근처에 마을이라도 찾아야 맘 편히 잠이라도 잘 수 있겠어.'
소년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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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랑인 지역, 막사안.
'안가..??'
15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커튼을 젖히고,
막사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헤헷. 낚시를 하려면 준비를 해야지!
내가 좋은 걸 알아냈다구!!'
한껏 장난기 넘치는 눈빛의 소년이 말했다.
'거참.. 이깟 막대기로 잡느니, 손으로 잡겠다.
그냥 어른들처럼 작살로 잡으면 되잖아.'
여자애는 막대기를 잠시 집더니, 필요없다는 듯 내려 놓았다.
'그냥 막대기라니!!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아냈어!'
귀여운 외모의 소년은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일어난 듯,
신나 보였다.
'뭐..?? 뭔데뭔데.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관심 없어보이던 여자애는 이제서야 관심을 보인다.
'짜자안~!!'
소년은 누더기 같은 옷소매에서 한웅큼 지렁이를 잡아보였다.
'우에웩~. 아으~ 징그러!! 얼른 안치워!!'
여자애는 적잖이 놀랜 듯 했다.
'헤헤헤. 놀랬구나!'
소년은 주머니속으로 다시 집어넣었지만,
바닥에 떨어진 녀석들과 소매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 녀석들로
여전히 주위는 분주했다.
'엔느(Enne)!! 일부러 놀래킨거지? 됐어. 나 고기잡으러 안갈래.
혼자나 가서 실컷 잡던지!!'
여자애는 많이 삐친듯, 막사 밖으로 뛰어나가버렸다.
'레나(Lena)!!'
엔느는 레나를 불렀지만, 레나에겐 안들리는 듯 했다.
'쳇.!! 난 케이트(Kate)가 가르쳐 준 방법대로 하려던 것 뿐이라고!!!'
엔느는 바닥에 떨어진 녀석들과 주머니의 녀석들을 조그마한 상자에 담았다.
잠시 뒤..
레나가 나간뒤에도 웅크려 앉아 뭔가 뒤척이던 엔느는
모든 준비를 마친 듯..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상자와 먹을 것을 몇개 쥐고선,
자신의 옷만큼이나 너덜너덜한 가방에 집어넣었다.
'됐어!! 이 정도면..'
이렇게 말한 엔느는 한손엔 가방을,
다른 한손엔 자신의 키만한 막대기를 들고선 막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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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씨르(Lucir) 제국, 제국장실.
'그래..? 알아는 봤나..?'
적잖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방팔방 알아보고는 있지만.. 아직..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이가 말했다.
'파누엘.. 내가 자네를 왜 신뢰하는지 알고 있나?'
어려보이는 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
'루씨르의 기사단에서 자네를 시기하는 세력들이 많은 것 정도는 알거라 생각하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이의 말에는 힘이 느껴지는 듯 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나이도 어린 녀석이 기사단장에 있다는 것이 꽤나 못마땅한가 보더군..'
그제서야 말을 이해했다는 듯, 파누엘은 계속해서 눈매의 그를 응시했다.
'긴 말은 하지 않겠네. 최소한 흔적 정도는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상급자로 보이는 그의 입가엔 미소가 담겨있었지만,
그 안에는 섬뜻함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아! 그리고 말야.. 타제르(Tazer)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펴보게.
내가 보기엔 그리 믿음이 가질 않군 그래.'
'제국장님.. 타제르는 율리스(Yulis)에 의해 죽을 뻔한 저를....'
침묵에 잠겼던 파누엘이 말을 꺼냈다.
'아..아.. 알고 있어. 대체 몇번째 그 얘기를 하는건가.
난 세상에서 아무도 믿질 않네. 혹시.. 자네라면 또 모르겠군.
내 성격쯤으로 생각해도 좋네.'
제국장은 털썩 의자에 앉아,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뭐하고 있나? 루씨르(Lucir) 찾는건 포기한건가?'
잠시.. 생각중이던 파누엘을 향해, 제국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루씨르님의 거처를 찾아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제국장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고 판단한 파누엘은
성급히 제국장실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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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레(Amare) 언덕.
'엔느...'
양손을 뒤로 하고 누운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엔느에게
레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응?'
그제서야 엔느는 레나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말 기억나...?'
'...??'
맑은 눈으로 자신을 향해 말을 하고 있는 레나를 보며
엔느는 깊은 곳에서의 떨림을 느끼고 말았다.
'그때 엔느가 했던 말.. 예전 엔느가 내게 했던 말...'
그렇게 말을 꺼내는 레나의 입에서도
파르르..하며 작은 미동이 일어나고 있는 걸,
엔느는 보고 말았다.
'글쎄... 무슨 말..'
엔느는 실은 알 것 같았다.
레나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뭘 말하려 하는지..
하지만 아무말도 해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 지켜주겠다던 말.
날.. 보고 있으면.. 어떨땐 너무 떨려서 벅찬 기분을 느낀다던 말...'
레나는 아까보다도 더 떨리고 있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지만,
이미 레나는 강에 비친 별빛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날 잡아주던 따스한 손.. 날 바라보던 눈..
눈에 담겨있던 많던....'
'그만. 그만해 레나.'
엔느는 가만히 일어나는가 싶더니
레나를 바라보았다.
'레나...'
'응..?'
엔느가 무슨 말을 할지 알 순 없었지만,
레나는 겁이 났다.
아니,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난.. 네가 알던, 그때의 내가 아냐.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라고. 알아..?'
엔느가.. 그렇게도 힘이 됐던 엔느가..
레나가 알고 있던 엔느가.. 이미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레나는 금방이라도 울 듯,
이른 새벽 이슬처럼 눈망울이 빛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안엔..
엔느가 있었다.
'휴.............'
엔느는 한숨을 아주 길게 내쉬고 말았다.
그런 레나를 보자,
엔느의 마음도 괴로운 듯 싶었다.
그렇게 아무말도 없던 침묵이
잠시쯤 지났을까..
엔느는 레나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레나의 떨림만큼이나
엔느도 두근거리고 있었다.
'레나.. 보고 싶었어.'
엔느는 레나의 머리를 손으로 살며시 넘기는가 싶더니
두손으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레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른 듯, 건조하기만 한 자신의 입술을
촉촉한 그녀의 입술에 가만히 적셨다.
항상 그랬듯,
왼손은 레나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
잠시 뒤.. 떨어진 엔느를
레나는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미안해..'
엔느는 이 말 밖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차마..
레나와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는지,
가만히 그녀를 안았다.
'엔느..'
'그만.. 그냥 이대로 잠시만...'
뭔가 말을 하려는 레나의 말을 끊은 채,
엔느는 꼬옥 그녀를 더 안아버렸다.
서로를 안은 채,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엔느와 레나.
이대로 영원하길 바란 건
모든 걸 감싸주려는 듯, 둘을 바라보고 있는
달빛만은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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